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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코스닥 그리고 주도주 - IBK투자증권

핵심산업이 바뀔 경우 주도주 교체


주도주가 바뀌는 이유를 살펴보면 다음 셋 중 하나에 해당한다.


첫째는 핵심 산업이 완전히 바뀌는 경우다.


76년에서 78년까지 이어진 1차 대세 상승과 85년부터 88년까지 이어진 2차 대세 상승은 둘 다 새로운 산업이 등장해 전체 이익을 끌어올리는 과정이었다. 1차 대세 상승은 경공업 중심으로 짜여져 있던 시장에 건설업이 등장해 전체 판을 뒤바꿔 놓았다. 2차 대세 상승은 경공업이 중공업으로 대체되는 과정이었다. 뒤로 가면서 본질이 흐려지기는 했지만 1985~86년 주가 상승이 삼성전자를 비롯한 전기전자와 자동차, 화학 등으로 시작한 걸 보면 알 수 있다.



1,2차 대세 상승만큼 규모가 크지 않았지만 1999~2000년 사이에 있었던 IT버블도 비슷한 형태로 볼 수 있다. 코스닥이라는 새로운 시장이 생겼고, 인터넷, 이동통신 등 신규 산업이 나오면서 시장이 부분적으로 대체됐다.



기존 산업의 경기가 호전될 때, 종목에 대한 투자자들의 인식이 바뀔 때도 주도주 교체


두 번째는 기존 산업의 경기가 좋아질 때다. 2003~2007년의 자동차, 화학, 정유, 조선, 철강의 상승이 대표적인 예다. 기존에도 존재했지만 중국 특수로 인한 호황으로 주가가 크게 상승했다. 이 경우 특수가 소멸되면 주가가 하락하는 게 일반적이다. ’99년 반도체 주식도 비슷한데 제품 가격이 상승하면서 주가가 급등했다.


마지막은 단순 재분류다. ’92년에서 ’94년까지 종합주가지수가 배 이상 상승했는데 블루칩이 주도주였다. 삼성전자, POSCO, 현대차를 비롯해 각 업종을 대표하는 주식들이 거기에 속했는데 이 기업들이 존속했던 기간만 따지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축에 속한다. 이들이 갑자기 주도군을 형성한 건 특정 계기, 예를 들면 외국인 매수 같이 투자자들의 재평가가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 상승을 주도종목이란 차원에서 해석해 보면 두 번째 경우에 해당한다. 2017년 10월 이후 상승에서 그런 특징이 더욱더 뚜렷해지고 있는데 호황업종은 반도체다.




주도주로서 반도체는 탄탄한 기반을 가지고 있어


올해 시장은 반도체에 의해 모든 게 만들어졌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8월까지 반도체 투자가 126.9% 증가해 전체 설비투자 증가의 77.2%를 차지했다. 이에 따라 제조업 생산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도 늘었는데 10.7%로 과거 호황기 평균인 4.7%보다 배 이상 높았다. 대외 거래에서도 반도체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9월까지 반도체 수출액이 작년보다 56.2% 늘었는데, 이중 물량 증가율이 25.6%에 달해 수출 증가가 가격 상승 만에 의한 것이 아님을 보여주었다.




이 같은 상황은 주식시장에서도 똑같이 벌어졌다.


우선 2017년 3분기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이 전체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2%까지 올라왔다. 반도체를 포함하는 IT업종의 시가총액이 시장 전체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31.3%를 기록하고 있다. 반도체와 피처폰의 호황이 겹쳤던 2004년 1분기 31.7% 이후 최고치다. 2017년초부터 10월말까지 종합주가지수 상승분 중에서 삼성전자가 기여했던 부분이 32.4%, SK하이닉스는 8.3%로 전체의 40.7%에 해당했다. 시장 전체가 반도체에 의해 만들어지고 유지됐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이런 저간의 상황을 감안하면 2017년 주식시장이 반도체를 중심으로 움직이는 건 이해할 수 있는 형태로 보인다. 





중소형주가 주인공이 되는 건 내년 하반기부터


문제는 중소형주다. 10월에 바이오 대형주에서 시작된 상승이 시간이 지나면서 힘이 세지기 시작해 이제는 코스닥 시장의 급등으로 발전했다.


바이오처럼 성장성을 기반으로 움직이는 주식의 가치를 평가하는 건 대단히 어렵다. 참고할 만큼의 과거 사례도 없고, 성장성에 대한 투자자들의 평가가 너무 높기 때문이다. 다른 업종 주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가격을 정하면 세상이 바뀐 걸 모른다는 핀잔을 듣기 일수다. 그래서 지나놓고 보면 왜 그 때는 사람들이 그렇게 어리석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주가가 오르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판단하기 힘들 때 가끔 이용하는 방법이 ‘상식에 의한 판단’이다.



셀트리온 계열 3사의 시가총액이 34조로 늘었다. 현대차와 1조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한미약품을 제외한 40개 상장 제약회사의 시가총액이 22조다. 셀트리온 한 회사에도 미치지 못한다. 상장 1년이 안돼 신라젠의 시가총액이 한미약품과 맞먹을 정도로 커졌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한미약품이 바이오와 제약회사를 통틀어 가장 성장성이 가장 높은 곳으로 꼽혔었다. 기업에 대한 판단과 주식의 선택이 다른 기준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 같은데 상식적으로 잘 납득이 되지 않는다.


바이오 주식의 강세에 힘입어 코스닥 시장이 급등했다. 연초 이후 상승률이 18%에 달하고 있는데 거래소와 격차가 많이 줄었다. 코스닥의 강점이었던 상대적으로 낮은 상승률이 빠르게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코스닥 상승의 단초는 거래소시장 부진이 제공했다. 반도체 주가가 급등해 거래소 시장에서 더 이상 투자 종목을 찾지 못하게 되자 매수가 코스닥으로 이동했다. 때마침 바이오 대형주들의 주가가 급등했고, 이를 계기로 코스닥 시장 전체가 오르고 있는 것이다. 모든 가격 움직임에는 이유가 있지만, 상식에 들어맞지 않으면 오래가지 못한다.


중소형주가 시장의 본류로 자리잡는 건 종합주가지수 상승이 한번 정리되고 난 후에나 가능할 것 같다. 낮은 가격이 중소형주의 상승을 촉발시키는 원동력이 될 텐데, 대세 상승 기간 중 대형주에 비해 소외돼 가격 메리트가 생겼기 때문이다. 이 국면이 지나면 2~3년 후 수익을, 마지막에는 실체가 없는 미래 성장성까지 반영하는 상황이 벌어질 텐데 내년 하반기 정도에 상승이 시작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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