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update - OPEC 3.0의 태동

석유시장이 최악을 지나고 있다. 4월 2일 국제유가는 급등했다. WTI는 배럴당 25.3달러로 전일대비 24.7%, Brent는 29.9달러로 21.0% 상승했다. WTI는 트럼프 대통령 트윗 후 장 중 30.0%까지 상승했으나, 이후 러시아 푸틴 대통령이 사우디 MBS 왕세자와의 대화를 부인하면서 소폭 반락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일 그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그가 막 푸틴과 통화한 MBS와 대화했으며, 그들이 하루 천만배럴의 감산에 합의할 것을 예상하고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게 성사된다면, 석유/가스 산업에 긍정적일 것이다. 이같은 발언은 미국의 주요 셰일기업 중 하나인 Whiting Petroleum 파산 소식 이후, 트럼프 대통령과 석유업계 CEO 간담회 이전 이뤄진 것 으로 미국 에너지 업계의 어려움을 해결할 필요가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담고 있다. 당일 발표된 미국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 급등도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미국 에너지 섹터는 전체 고용 중 약 5퍼센트를 차지한다.

 

감산 실행까지 아직 건너야 할 산이 많다. 먼저, ① 사우디아라비아는 과거와 같이 본인이 주도적으로 감산을 시행하기를 원치 않는다. 사우디는 이번 감산에 소위 OPEC+, OPEC 2.0 이라 불리는 기존 감산 참여국 뿐만 아니라, 미국도 참여하기를 원하고 있다. 더 이상의 무임승차는 원하지 않는다는 것으로, 미국 셰일기업도 예외가 아니다. ② 트럼프 대통령은 하루 천만배럴의 감산을 이야기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의 말대로 사우디와 러시아만 감산에 참여한다고 가정할 경우, 이 수치는 현실적이지 않다. 작년 말 기준 사우디와 러시아의 산유량을 합하면 하루 2천만 배럴 수준이다. 미국까지 합하면 하루 3,300만 배럴 수준이다. OPEC 2.0과 미국의 원유 생산량을 합하면 하루 5,500만 배럴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말한 하루 천만 배럴의 감산을 이행하기 위해서는 OPEC 3.0의 출범이 필요하다. ③ 미국 셰일기업들이 감산에 잘 참여할지도 의문이다. 낮은 생산 단가와 효율성을 갖춘 메이저 기업들 (ExxonMobil, Chevron 등)은 경쟁력이 낮은 독립계 E&P 기업이 파산하면 이를 낮은 가격에 인수합병하기를 원한다. 이들은 인위적인 감산과 가격 부양으로 경쟁력이 낮은 기업을 계속 살려두는 것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이 같은 장애물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수준의 유가가 모두에게 불리하며, 글로벌 경제와 금융시장의 불안을 야기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주요 시장 참여자들 간의 컨센서스가 형성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OPEC 2.0 감산이 실패하기 전 WTI 기준 국제유가가 배럴당 40달러를 상회하고 있었던 점을 감안할 때, OPEC 3.0 감산이 진전을 보일 경우, WTI 기 준 국제유가는 배럴당 30달러 초반까지는 상승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여러 참여자들의 내러티브가 나올 것으로 예상돼, 국제유가의 변동성은 여전히 높을 것으로 보인다. 레버리지 투자는 권하지 않는다.

 

사우디 주도의 긴급 산유국 회담이 곧 소집될 것으로 보이나, 구체적인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OPEC 3.0 감산이 실행될 경우, 기간은 한시적일 것이며, 이는 COVID-19 확산 여부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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