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적과의 동침 - 미래에셋대우

인텔과 AMD가 협업을 시작

인텔이 자신의 제품에 오랜 경쟁자 AMD가 만드는 GPU를 탑재하기로 했다. PC 역사상 이례적인 사건이다. 인텔과 AMD는 1980년대 초반 PC의 태동기부터 x86 CPU 시장을 놓고 30년 간 치열한 경쟁을 벌여왔다. AMD는 인텔의 유일한 경쟁 상대였다. 대부분 인텔이 우위였으나 2000년대 초반엔 AMD가 인텔의 점유율을 위협할 만큼 공격적이었다.

이번에 공개한 제품의 이름은 ‘코어 H’ 프로세서다. 인텔의 CPU와 AMD의 외장 GPU를 1개의 패키지로 묶었다. 노트북PC 용이다. 대부분의 노트북PC는 내장 GPU를 사용하고 있어 게이밍 등 그래픽 성능이 떨어지는데, 코어 H를 사용할 경우 외장 GPU를 장착한 데스크탑 PC 수준의 게이밍 성능을 노트북PC에서도 즐길 수 있다고 인텔은 설명한다.

인텔이 AMD와 손을 잡은 이유는 다음과 같다. 우선 인텔이 외장 GPU 제조 능력이 없다. 내장 GPU는 제조가 가능한데, 외장 GPU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최근 PC 시장은 강력한 외장 GPU를 사용한 게이밍 PC가 유일한 성장 동력이다. 때문에 인텔도 이 시장을 무시할 수가 없게 되었다. 과거 같으면 경쟁 상대인 AMD보다는 엔비디아의 제품을 사용했겠지만, 최근 엔비디아는 AI 시장의 GPU 부각으로 인텔의 강력한 경쟁 상대로 떠오르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인텔이 AMD보다는 엔비디아가 훨씬 큰 위협이라고 판단하고 AMD를 선택한 것으로 추정한다. 





2.5D 패키지와 HBM 시장이 개화

코어 H의 특징은 2.5D 패키지 적용과 HBM2(High Bandwidth Memory) 탑재이다. 2.5D 패키지엔 인텔이 과거부터 밀고 있는 EMIB(Embedded Multi-Die Interconnect Bridge)라는 기술을 처음으로 적용했다. 2.5D 패키지는 CPU와 GPU 등 로직 반도체와 HBM 등 메모리 반도체를 실리콘 인터포저라는 기판 위에 놓고 고속 인터페이스로 묶어 1개의 패키지로 제조하는 기술이다. 인텔의 EMIB는 비싼 실리콘 인터포저 대신 일반 기판을 사용하고 특수 실리콘 조각 1개로 칩들을 연결해서 가격이 저렴하다. HBM은 2.5D 패키지에 탑재되는 고성능 DRAM이다.

코어 H처럼 최근 2.5D 패키지가 고성능 시장에서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 엔비디아 등이 제조하는 AI 용 고속 프로세서도 2.5D 패키지를 적용하고 있다. HBM은 일반 DRAM 대비 가격과 속도가 모두 5배 이상의 고부가가치 제품이다. 하지만 최근 없어서 못 팔 정도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가장 이슈가 되는 제품 중 하나다.

인텔과 AMD의 협업 제품에서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점은 다음과 같다. 1) 2.5D 패키지 시장이 앞으로 매우 커질 것이다. 2.5D 패키지는 TSV(Through Silicon Via) 공정과 실리콘인터포저 기판이 가장 중요하다. 관련 국내 장비 업체는 테스와 한미반도체가 있다. 2) GPU 시장 성장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인텔은 주요 경쟁자인 AMD와 손을 잡을 만큼 향후 외장 GPU 시장을 좋게 보고 있다. 게이밍과 머신러닝 등의 수요로 GPU 시장이 커질 것이다. 3) DRAM 시장이 양호할 것이다. HBM은 일반 DRAM 대비 단가가 5배 이상이다. 이런 제품 수요가 늘어나는 것은 DRAM 업체들에게 당연히 긍정적이다. HBM2는 현재 전세계에서 삼성전자만 유일하게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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